비자비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들
무비자 시대, 줄어든 건 서류뿐 아니라 마음의 문턱이었습니다
작년 가을, 저는 상하이 3박 4일 자유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24년 11월부터 시작된 한국인 대상 중국 무비자 정책 덕분에 비자 발급 없이 여권만 들고 출국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아, 중국 여행이 이렇게 가벼워질 수 있구나" 하는 걸 체감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겪은 상하이 무비자 여행 경비를 항목별로 낱낱이 공개하고, 50만 원대 실속 여행과 100만 원대 여유 여행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겠습니다.
무비자가 바꿔놓은 상하이 여행의 판도
불과 2년 전만 해도 중국 여행은 준비 과정부터 피곤한 여행이었습니다. 비자 서류를 모으고, 대사관에 가서 줄 서고, 발급비를 내고, 수령일까지 기다리는 그 과정이 여행의 설렘보다 먼저 찾아오곤 했습니다.
2026년 현재, 한국인은 2026년 12월 31일까지 무비자로 중국에 입국할 수 있습니다. 관광, 사업, 친지 방문 목적이라면 최대 30일간 체류가 가능하고, 별도의 비자 발급 절차가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비자 발급비 1인당 약 6만 5천 원이 완전히 사라진 셈입니다. 가족 4인이면 26만 원, 커플이면 13만 원이 그냥 없어진 겁니다.
하지만 무비자라고 해서 모든 게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입국 시 반드시 왕복 항공권 또는 제3국 출국 항공권을 소지해야 하고, 중국 입국신고서(건강신고 포함)를 온라인으로 사전 작성해야 합니다. 저도 공항에서 입국신고서를 현장에서 작성하느라 30분을 허비한 적이 있는데, 출국 전에 미리 해두면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무비자 정책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은 비자비 절감도 있지만, 준비 기간이 2주에서 하루로 줄어든 것이 더 크다고 느꼈습니다.
50만 원대 실속 여행 vs 100만 원대 여유 여행
상하이 여행 경비를 검색하면 "1인당 80만 원"이라는 숫자가 가장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80만 원이라는 숫자는 사람마다 느끼는 체감이 전혀 다릅니다. 저는 두 번의 상하이 여행을 통해 예산 등급에 따른 경험 차이를 확실히 느꼈습니다.
50만 원대 실속 여행은 이렇게 구성됩니다. 항공권은 저가항공 특가를 잡아 왕복 15만~20만 원대, 숙소는 3성급 호텔 또는 게스트하우스로 3박 기준 1인 10만~15만 원, 식비는 로컬 식당 위주로 하루 2만~3만 원, 교통비는 지하철 중심으로 3만 원 이내로 가능합니다. 디즈니랜드나 전망대 같은 유료 관광지를 넣지 않으면, 1인당 50만 원 안팎으로 3박 4일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100만 원대 여유 여행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항공권은 대한항공·아시아나 같은 풀서비스 항공사로 왕복 35만~50만 원, 숙소는 4~5성급 호텔로 3박 기준 1인 25만~40만 원, 식비는 미슐랭 레스토랑이나 루프탑 바를 포함해 하루 5만~8만 원, 여기에 디즈니랜드 입장권(약 8만~12만 원)과 DPA 패스, 황푸강 유람선 등을 넣으면 100만 원을 넘기게 됩니다.
제 첫 번째 여행은 100만 원대였고, 두 번째 여행은 60만 원대로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두 번째 여행이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로컬 식당에서 현지인들과 섞여 먹은 소롱포가 미슐랭 딤섬보다 더 기억에 남고, 지하철을 타고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작은 카페가 관광지보다 더 좋았습니다. 물론 이건 개인 취향의 문제이니, 본인의 여행 스타일에 맞는 예산을 세우시면 됩니다.
항공권, 시기와 공항 선택이 경비를 가른다
상하이행 항공권을 검색할 때마다 느끼는 건, 같은 날짜인데도 가격 차이가 정말 크다는 점입니다. 저는 두 번의 여행에서 각각 다른 전략을 썼고, 그 결과 항공권 비용만 15만 원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상하이에는 푸동국제공항과 홍차오국제공항, 두 개의 공항이 있습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대부분의 항공편은 푸동공항으로 들어가는데, 김포에서 출발하면 홍차오공항으로 가는 노선도 있습니다. 홍차오공항은 시내 중심부와 훨씬 가까워서 공항에서 숙소까지 교통비와 이동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푸동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비가 약 200위안(4만 원대)인 반면, 홍차오공항에서는 지하철로 30분이면 난징동루까지 갈 수 있고 비용은 5위안(약 1,000원)이면 충분합니다.
항공권 가격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출발 6주~8주 전에 예매하는 것입니다. 저가항공사 특가가 풀리는 시점이 보통 이때이고, 화요일이나 수요일 출발편이 주말 출발보다 평균 5만~10만 원 저렴합니다. 제가 두 번째 여행 때 수요일 출발 티웨이항공 편을 잡았는데, 왕복 18만 원대에 결제했습니다. 같은 주 토요일 출발은 32만 원이었으니, 출발 요일 하나로 14만 원을 아낀 셈입니다.
최근에는 트립닷컴이나 스카이스캐너에서 가격 알림을 설정해두면 특가가 뜰 때 알림을 받을 수 있으니 활용해보시기 바랍니다. 항공권은 상하이 여행 경비의 30~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여기서 절약하는 게 가장 체감이 큽니다.
숙소 경비, 지역 선택이 곧 예산 선택입니다
상하이 숙소를 고르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건 "어디에서 묵느냐"였습니다. 같은 4성급 호텔이라도 푸동 루자쭈이에 있느냐, 징안쓰 근처에 있느냐에 따라 가격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가성비를 따진다면 난징동루, 인민광장, 징안쓰 주변이 가장 균형 잡힌 선택입니다. 이 지역은 지하철 노선이 겹치는 환승역이 많아서 어디로든 이동이 편하고, 3성급 호텔 기준 1박에 20만~35만 원(2인 1실) 사이에서 잡을 수 있습니다. 1인 부담으로 환산하면 3박에 10만~17만 원 정도입니다. 반면 푸동 루자쭈이나 와이탄 뷰 호텔은 1박에 50만 원이 넘는 곳도 많습니다.
저는 두 번째 여행에서 인민광장역 도보 5분 거리의 3성급 호텔을 3박 기준 1인 12만 원에 예약했습니다. 트립닷컴 앱 전용 할인 쿠폰을 적용한 가격이었고, 조식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호텔 바로 앞 편의점에서 아침을 해결하니 오히려 더 저렴했습니다. 숙소 예약도 항공권과 마찬가지로 5~6주 전에 하는 게 유리합니다. 직전 예약은 오히려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가지 더 알려드리자면, 상하이 호텔은 체크인 시 반드시 여권 원본을 요구합니다. 이건 중국 법률상 의무 사항이라 예외가 없습니다. 호텔 프런트에서 여권을 스캔하고 공안에 숙박 등록을 하는 절차가 있으니, 여권은 항상 소지하고 다니셔야 합니다.
식비와 교통비, 현지에서 실제로 쓴 금액
여행 경비를 계산할 때 가장 오차가 큰 항목이 식비와 교통비입니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하루 3만 원이면 충분해요"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상황에 따라 많이 다릅니다.
로컬 식당 위주로 먹으면 하루 식비는 2만~3만 원 선에서 해결이 가능합니다. 소롱포 명가로 유명한 자자탕바오에서 소롱포 한 접시가 약 20위안(4,000원대), 로컬 면 전문점에서 우육면 한 그릇이 약 25~35위안(5,000~7,000원), 편의점 도시락이나 빵으로 한 끼를 때우면 15위안(3,000원) 이하로도 가능합니다. 반면에 와이탄 근처 레스토랑이나 신천지 카페에 앉으면 커피 한 잔에 40~60위안(8,000원~12,000원)이 나오니,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식비가 2~3배 차이 납니다.
교통비는 지하철 중심으로 움직이면 놀라울 정도로 저렴합니다. 상하이 지하철 기본 요금은 3위안(약 600원)이고, 시내 대부분 구간이 3~5위안(600원~1,000원) 사이입니다. 하루에 3~4번 탑승하면 약 15위안(3,000원) 안팎이고, 3박 4일 기준으로 교통비 총액은 2만~3만 원이면 넉넉합니다. 택시를 섞어 타면 하루 2만 원 정도 추가되는데, 상하이 택시 기본요금이 16위안(약 3,200원)으로 한국보다 저렴한 편이라 4인 가족이 타면 지하철보다 오히려 택시가 이득인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두 번째 여행에서 실제 쓴 식비는 3박 4일 동안 약 11만 원, 교통비는 약 2만 5천 원이었습니다. 로컬 식당과 지하철 조합이 상하이 여행 경비를 가장 확실하게 줄여주는 방법이라는 걸 두 번째 여행에서 확실히 체감했습니다.
결제 수단, 알리페이 없으면 불편합니다
상하이 여행 경비를 아무리 잘 계획해도, 현지에서 결제가 안 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저도 첫 번째 여행에서 이 부분에서 꽤 당황했습니다.
2026년 현재, 상하이에서 가장 보편적인 결제 수단은 알리페이(Alipay)와 위챗페이(WeChat Pay)입니다. 현금을 받지 않는 가게도 있고, 해외 신용카드가 안 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외국인도 알리페이에 한국 카드(비자·마스터)를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는데, 반드시 출국 전에 여권 인증과 카드 등록을 미리 완료해두셔야 합니다. 현지에 도착한 뒤 등록하려면 인증 과정에서 오류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알리페이 외에도 트래블월렛 카드를 위안화로 충전해서 가져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트래블월렛은 GS25 편의점에서 현장 발급이 가능하고, 앱에서 위안화를 미리 충전해두면 알리페이가 안 되는 상황에서 실물 카드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알리페이를 메인으로 쓰고, 트래블월렛을 백업으로 가져갔는데 실제로 2~3번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환전 관련해서 한 가지 덧붙이면, 위안화 현금은 5만~10만 원어치만 소액 환전해서 가져가시면 됩니다. 노점이나 작은 시장에서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가끔 있고, 나머지는 전부 알리페이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상하이 무비자 여행 경비를 줄이려면 환전 수수료도 무시할 수 없으니, 환전은 은행 앱이나 트래블월렛을 활용해서 수수료를 최소화하시기 바랍니다.
경비 절약의 핵심, 결국 이 세 가지입니다
두 번의 상하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경비 내역을 엑셀에 정리하며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절약은 한 가지 큰 결정이 아니라, 작은 선택들의 합산이라는 것입니다.
첫째, 항공권은 출발 6~8주 전, 평일 출발을 노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것만으로 10만 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김포-홍차오 노선까지 비교 범위에 넣으면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둘째, 숙소는 난징동루·인민광장·징안쓰 삼각지대에서 3성급 이상을 잡으면 가격 대비 접근성이 가장 좋습니다. 이 지역에서 묵으면 교통비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셋째, 로컬 식당과 지하철 조합을 기본으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관광지 식당은 같은 메뉴가 2~3배 비싸고, 택시는 편하지만 하루에 3~4번 타면 식비만큼 나옵니다. 한 끼는 로컬 식당, 한 끼는 편의점, 저녁만 맛집으로 가는 패턴이 경비와 만족도 모두를 잡는 방법이었습니다.
무비자 정책 덕분에 비자비 6만 5천 원이 사라진 데다, 위 세 가지 전략을 조합하면 상하이 3박 4일 자유여행을 1인당 50만~60만 원대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습니다. 100만 원대 여유 여행을 원한다면, 그 차이만큼 경험의 질이 올라가는 것이니 어느 쪽이든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결국 상하이 무비자 여행 경비라는 건, 숫자로만 보면 단순한 계산인데, 실제로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그 숫자 안에 담긴 경험의 무게가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5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중요한 건 그 예산 안에서 얼마나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느냐일 것입니다.
무비자 정책이 계속되는 동안, 상하이는 분명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해외여행지 중 하나입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상하이 여행 예산을 세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좋은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항공권 가격, 숙소 요금, 환율, 무비자 정책 등은 사전 예고 없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예매 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 경험과 취향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로, 개인마다 느끼는 만족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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