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탄 상하이 지하철,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21개 노선, 508개 역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 철도망 앞에서 제가 배운 것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상하이에 도착하기 전까지 지하철을 탈 생각이 없었습니다. 택시가 싸다고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푸동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비가 약 130위안, 한화로 2만 5천 원 정도 나온다는 걸 알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상하이 지하철은 기본요금 3위안, 한화로 약 600원입니다. 같은 거리를 40분의 1 비용으로 갈 수 있는데, 안 탈 이유가 없더군요.
문제는 중국어를 한 글자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찰구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던 그 민망한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배운 것들을 이 글에 모두 담았습니다. 알리페이 교통카드 발급부터 실제 탑승, 환승, 요금, 보안검사까지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정리했으니, 상하이 지하철이 처음인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상하이 지하철, 이 정도는 알고 가자
상하이에 처음 가는 분이라면 그 규모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서울 지하철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상하이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상하이 지하철은 총 20개 이상의 노선에 약 500개 이상의 역을 운영하고 있으며, 총 연장 거리는 800km를 훌쩍 넘깁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도시 철도망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수도권 지하철 총연장이 약 350km 정도인 걸 비교하면 그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외국인 여행자에게도 꽤 친절한 편입니다. 역 이름이 중국어와 영어로 병기되어 있고, 안내 방송도 중국어와 영어로 나옵니다. 자동 발권기도 영어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중국어를 전혀 모르더라도 기본적인 이용에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운행 시간은 노선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아침 5시 30분~6시 사이에 첫차가 출발하고, 밤 10시 30분~11시 30분 사이에 막차가 운행됩니다. 서울보다 막차가 조금 이른 편이라 야간 일정이 있을 때는 미리 확인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제가 처음 탔을 때 밤 10시 넘어서 역에 갔더니 이미 막차가 끊긴 노선이 있어서 결국 택시를 탔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는 저녁 9시 이후에는 항상 막차 시간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여행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되는 노선은 2호선과 10호선입니다. 2호선은 푸동국제공항에서 시내 중심부인 난징동루, 인민광장을 거쳐 홍차오공항까지 이어지는 핵심 노선입니다. 10호선은 예원, 난징동루, 신티엔디 등 주요 관광지를 연결해주는 노선이라 관광객에게 특히 유용합니다. 저는 3박 4일 내내 이 두 노선만으로 대부분의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요금 체계, 서울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처음 상하이 지하철 요금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게 진짜 맞나 싶을 정도로 저렴했습니다.
상하이 지하철 기본요금은 3위안(한화 약 600원)으로 6km 이하 구간에 적용됩니다. 이후 10km마다 1위안씩 추가되는 거리 비례 요금제입니다. 6km에서 16km까지는 4위안, 16km에서 26km까지는 5위안 이런 식입니다. 시내 관광지 대부분은 3~5위안이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이 1,400원인 걸 떠올리면, 상하이 지하철은 서울의 절반도 안 되는 요금으로 다닐 수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하나 더 알아두면 좋은 것이 있습니다. 1일권(18위안)과 3일권(45위안)이 있습니다. 1일권은 24시간, 3일권은 72시간 동안 자기부상열차를 제외한 모든 노선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습니다. 하루에 4회 이상 지하철을 탄다면 1일권이 이득이고, 3박 4일 일정이라면 3일권이 확실히 절약됩니다. 저는 1일권을 두 번 샀는데, 돌이켜보면 3일권 하나를 사는 게 나았을 겁니다. 이런 패스는 역 매표소(서비스 센터)에서만 구매할 수 있고, 자동 발권기에서는 안 됩니다. 서비스 센터는 보통 개찰구 옆에 있는데, 영어로 "1-day pass" 또는 "3-day pass"라고 말하면 알아듣습니다.
실물 교통카드(상하이 교통카드)도 있습니다. 보증금 20위안에 원하는 금액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인데, 지하철뿐 아니라 버스, 택시, 편의점까지 통용됩니다. 한 달에 지하철 요금을 70위안 이상 사용하면 10% 할인이 적용되는 혜택도 있습니다. 다만 여행자라면 그 정도 금액까지 쓸 일은 잘 없으니, 단기 여행이면 1일권이나 3일권이 더 실용적입니다. 실물 카드는 역 매표소나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고, 귀국 전에 매표소에서 잔액 환불도 가능합니다.
알리페이 교통카드 발급, 이렇게 하면 됩니다
요즘 상하이 지하철 타는 법을 검색하면 열에 아홉은 알리페이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한 번 세팅해두니까 정말 편했습니다.
알리페이(Alipay) 교통카드는 스마트폰 하나로 상하이 지하철과 버스를 탈 수 있게 해주는 QR 코드 기반 결제 시스템입니다. 실물 카드를 살 필요도, 자동 발권기 앞에서 줄을 설 필요도 없습니다. 개찰구의 QR 스캐너에 화면을 갖다 대기만 하면 됩니다. 발급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알리페이 앱을 설치하고 한국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를 등록합니다. 트래블월렛이나 트래블로그 같은 해외결제 전용 카드도 등록이 가능합니다. 카드 등록이 끝나면 앱 메인 화면에서 '出行(출행)' 또는 'Transport' 메뉴를 찾으세요. 상단에 도시명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걸 '上海(상하이)'로 변경합니다. 그다음 '地铁(지하철)' 옵션을 선택하면 교통카드 발급 화면이 나옵니다. 약관 동의 버튼을 몇 번 누르면 QR 코드가 생성됩니다. 이 QR 코드가 곧 교통카드입니다. 개찰구 입장 시 QR을 스캔하고, 하차 시 다시 스캔하면 거리 비례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오류가 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문제와 해결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 번째로 가장 많은 분들이 막히는 부분이 카드 등록 실패입니다. 카드사 앱에서 해외결제 기능이 꺼져 있으면 등록이 안 됩니다. 출발 전에 반드시 해외결제를 활성화하세요. 두 번째로 여권 인증 오류가 있습니다. 알리페이 계정에 여권 정보가 정확하게 등록되어 있어야 교통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세 번째로 VPN 접속 상태에서는 결제가 실패할 수 있습니다. 알리페이 사용 시에는 VPN을 잠깐 끄는 게 안전합니다. 네 번째로 휴대폰 NFC 기능이 켜져 있으면 QR 인식에 간섭이 생길 수 있으니, NFC를 끄고 QR 코드만으로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한국에서 미리 교통카드 발급까지 완료해 가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현지 도착 후에 하려면 인터넷 환경이나 인증 문제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출발 전에 알리페이 설치, 카드 등록, 교통카드 발급까지 세 단계를 미리 마쳐두면 공항 도착 후 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습니다.
보안검사, 처음엔 당황했습니다
한국 지하철에 익숙한 분이라면 상하이 지하철 입구에서 한 가지 낯선 절차를 만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 뭔가 싶어서 멈칫했던 기억이 납니다.
상하이 지하철은 모든 역에서 보안검사(짐검사)를 실시합니다. 공항 보안 검색대와 비슷한 X레이 투시기가 설치되어 있고, 가방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으면 됩니다. 소지품이 없거나 작은 핸드백 정도라면 그냥 보여주기만 해도 통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캐리어를 갖고 있으면 반드시 X레이를 통과시켜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 캐리어를 들고 지하철을 탔는데, 보안검사에서 1~2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보안검사 줄이 꽤 길어질 수 있으니 여유 있게 이동하시는 게 좋습니다.
금지 물품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인화성 물질, 칼 등의 날카로운 물건, 대용량 보조배터리(160Wh 초과) 등은 반입이 안 됩니다. 음식물 반입은 가능하지만, 지하철 내부에서의 취식은 금지입니다. 물을 마시는 것도 공식적으로는 금지 대상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물 마시는 건 현지인들도 많이 하긴 하는데, 규정상 그렇다는 것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보안검사 외에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간혹 여권 확인을 요청받을 수 있습니다. 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만일을 위해 여권 원본이나 사본을 항상 소지하고 다니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여권 사진을 핸드폰에 저장해두었는데, 실제로 한 번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환승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상하이 지하철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환승이었습니다. 역 안이 너무 커서, 환승 통로를 찾아 10분 넘게 걸은 적도 있었습니다.
상하이 지하철 환승은 한국과 시스템 자체는 비슷합니다. 같은 역 내에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는 방식이고, 추가 요금은 없습니다. 최종 하차역까지의 총 이동 거리로 요금이 산정되기 때문에, 중간에 몇 번을 환승하든 추가 비용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환승 통로가 생각보다 깁니다. 인민광장역 같은 대형 허브역은 환승 도보 거리가 300~500미터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캐리어를 끌고 가면 체감 거리는 더 길어집니다.
환승 방향을 찾을 때는 바닥과 천장에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가면 됩니다. 노선 번호와 색상이 함께 표시되어 있어서, 숫자와 색만 기억하면 크게 헤맬 일은 없습니다. 저는 고덕지도(Amap) 앱을 미리 설치해두었는데, 이 앱에서 지하철 경로를 검색하면 환승역, 출구 번호, 예상 소요 시간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어서 정말 편했습니다. 알리페이 앱 내에서도 지하철 경로 검색이 되니, 별도 앱 설치가 번거로우면 알리페이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하차할 때는 출구 번호를 미리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시기 바랍니다. 상하이 지하철역은 출구가 10개 이상인 경우도 흔합니다. 잘못된 출구로 나가면 반대편까지 지상으로 한참을 돌아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출구 번호를 미리 메모해두면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관광지별 추천 노선 정리
지하철 타는 법을 알았으니, 이제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상하이의 주요 관광지는 대부분 지하철로 접근이 가능한데, 어떤 노선을 타고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를 미리 정리해두면 현지에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와이탄(외탄)은 2호선 또는 10호선 난징동루역에서 하차하면 됩니다. 출구를 나와 동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황푸강변이 나옵니다. 예원은 10호선 위위안역 1번 출구에서 도보 3분 거리입니다. 프랑스 조계지와 우캉로는 10호선이나 1호선 형산루역 또는 11호선 자오통대학(交通大学)역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푸동 루자쭈이의 동방명주와 상하이 타워는 2호선 루자쭈이(陆家嘴)역에서 바로 연결됩니다.
티엔즈팡은 9호선 다푸차오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이면 도착합니다. 난징동루 보행자거리는 2호선이나 10호선 난징동루역에서 내리면 바로입니다. 만약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갈 계획이라면 11호선 디즈니역까지 직행하면 됩니다. 시내 중심에서 약 45분~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푸동국제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는 2호선을 타고 한 번에 난징동루까지 갈 수 있고,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요금은 7위안(약 1,400원) 정도입니다. 자기부상열차(마그레브)를 타면 푸동공항에서 롱양루역까지 8분 만에 도착하지만, 편도 요금이 50위안(약 1만 원)으로 비싼 편입니다.
제 개인적인 팁 하나를 보태자면, 하루 일정을 짤 때 같은 노선 위에 있는 관광지끼리 묶어서 동선을 짜면 환승 횟수와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호선 하루, 10호선 하루 이런 식으로 나누면 상당히 효율적입니다. 저는 이걸 모르고 첫날에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느라 지하철만 8번을 탔는데, 둘째 날부터 노선별로 묶어서 다니니 훨씬 여유로웠습니다.
결국 상하이 지하철은 한 번만 제대로 이해하면 그다음부터는 정말 쉬워집니다. 처음에는 중국어 표지판에 압도당하고, 보안검사에 당황하고, 알리페이가 안 돼서 진땀을 빼기도 하겠지만 다들 그렇게 시작합니다. 저도 첫날은 한 역을 가는 데 30분을 허비했지만, 둘째 날부터는 현지인처럼 QR을 찍고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가시는 분들은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 없이, 공항에서 바로 지하철에 오를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요금, 운행 시간, 노선 정보는 사전 예고 없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채널을 통해 직접 확인하세요.
개인적 경험과 취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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